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손가락·도구를 성기·항문에 넣거나 구강 등에 성기를 넣는 행위는 준강제추행이 아니라 준유사강간(형법 제299조, 제297조의2의 예)에 해당합니다. 준유사강간의 법정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며 벌금형이 없습니다. 반면 삽입에 이르지 않은 추행인 준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거나(13세 미만은 성폭력처벌법 제7조, 13세 이상 19세 미만은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장애인인 경우, 행위자가 피해자와 친족 관계인 경우, 흉기를 지니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한 경우에는 특별법 조문이 먼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주거침입이 성립하는 방식으로 들어간 뒤 준강간·준유사강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성폭력처벌법 제3조의 결합 조문이 적용될 수 있으며, 초대받아 함께 들어간 경우 등에는 주거침입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준강제추행에 해당하는 부분은 현행 조문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문제가 되는 상황과 판단 순서
회식을 마치고 귀가한 뒤 잠든 사이에 지인이 피해자의 신체에 손가락을 삽입한 사건을 상정합니다. 피해자와 가족은 수사 과정에서 '준강제추행'이라는 죄명을 듣고 행위의 무게에 비해 가벼운 죄명이 아닌지 의문을 갖습니다. 반대로 피의자 측은 '준유사강간'이라는 낯선 죄명을 통지받습니다. 그리고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는데 왜 강간에 준하는 죄명이 붙었는지 묻습니다. 두 질문은 결국 하나의 쟁점, 곧 의식이 없는 상태를 이용한 삽입 행위가 어느 조문으로 평가되는지로 모입니다.
이 쟁점을 판단하는 순서는 세 단계로 정리됩니다. 먼저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를 보고, 다음으로 행위가 간음·삽입·그 밖의 추행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보며, 마지막으로 행위 일시를 확인합니다(아래 개정 전후 차이 절 기준). 첫 단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제299조가 아닌 다른 조문의 적용이나 혐의 인정 여부 자체가 검토됩니다.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된 경우에 한해 아래 비교가 적용됩니다.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벌금형 선택 가능성, 미수범 처벌, 상해·치상 결합 조문의 연결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적용 조문과 법정형 비교
형법 제297조의2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합니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또한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합니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도 처벌하며, 법정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이 조문은 2012년 12월 18일 개정으로 신설되어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같은 개정에서 강간죄의 객체도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형법은 법무부 소관 법률이며, 통지서에 적힌 적용 법조는 현행 형법 조문과 대조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고 정합니다. 즉 같은 상태를 이용했더라도 행위가 간음이면 강간의 예, 제297조의2의 삽입 행위이면 유사강간의 예, 그 밖의 추행이면 강제추행의 예에 따릅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는 죄명은 대검찰청 예규에 따른 죄명 표기이며, 이에 따라 제299조와 제297조의2가 함께 적용되면 '준유사강간'으로 적습니다. 통지서에는 죄명과 함께 적용 법조가 적히므로, 두 가지를 대조해 어느 조문을 가리키는지 확인합니다. 세 유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준강제추행(제299조, 제298조의 예): 삽입에 이르지 않은 추행 행위가 대상이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준유사강간(제299조, 제297조의2의 예): 제297조의2가 정한 삽입 행위가 대상이며, 법정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 준강간(제299조, 제297조의 예): 간음이 대상이며,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 공통 사항: 세 유형 모두 제300조에 따라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 상해·치상은 제301조, 살인·치사는 제301조의2와 연결됩니다.
적용 예시로, 통지서에 '형법 제299조, 제298조'가 함께 적혀 있다면 강제추행의 예에 따른 법정형이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형법 제299조, 제297조의2'가 적혀 있다면 유사강간의 예에 따른다는 뜻입니다. 같은 제299조라도 함께 적힌 조문에 따라 법정형의 하한과 벌금형 유무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제299조라는 숫자만으로 사건의 무게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죄명이 갈리는 기준과 2013년 개정 전후 차이
개정 전 일반 형법상으로는 의식이 없는 피해자의 성기나 항문에 손가락이나 도구를 넣는 행위가 간음에 해당하지 않아 준강제추행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다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나 장애인 피해자 사건 등은 개정 전에도 특별법에 삽입 행위를 따로 처벌하는 규정이 있었으므로 별도로 확인합니다. 일반 형법 사건에서는 신체 내부에 대한 침해가 있었더라도 벌금형을 포함하는 강제추행의 법정형 범위 안에서 처리되는 구조였습니다. 개정으로 삽입 행위가 독립된 유형으로 분리되고 제299조의 준용 대상에 제297조의2가 함께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같은 행위가 의식 없는 상태를 이용해 이루어진 경우에도 유사강간과 동일한 법정형이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적용 조문을 가르는 기준은 행위의 내용입니다. 손가락이나 도구가 성기·항문 내부에 들어갔는지, 성기가 구강·항문 등 신체 내부에 들어갔는지가 판단의 중심이 되며, 피해자와 행위자의 성별은 묻지 않습니다. 신체 표면 접촉에 그쳤다면 준강제추행에 해당하고, 삽입을 시도했으나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준유사강간의 미수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과 행위자가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다는 점은 별도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잠든 피해자의 옷 위로 신체를 만지는 데 그친 경우에는 강제추행의 예에 따르고, 같은 상황에서 손가락이 성기 내부에 들어간 경우에는 준유사강간에 해당합니다. 행위자가 의식이 없는 피해자의 구강에 성기를 넣은 경우도 제297조의2가 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유사강간의 예에 따릅니다. 이처럼 피해자의 상태가 같아도 행위의 내용에 따라 적용되는 법정형의 구조가 달라집니다.
시간적 적용 범위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형법 제1조 제1항에 따라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릅니다. 따라서 개정 법률 시행일인 2013년 6월 19일 이전에 있었던 같은 행위에는 준유사강간이 아니라 당시의 준강제추행 규정 등이 적용됩니다. 행위 일시는 죄명과 법정형을 정하는 첫 번째 사실관계가 됩니다.
조사 전 정리할 사항
피해자 측이든 피의자 측이든 조사에 앞서 아래 사항을 정리해 두면 적용 조문을 둘러싼 혼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 행위의 특정: 무엇이 신체의 어느 부위에 닿았는지, 내부 삽입까지 있었는지를 구분해 기억나는 범위에서 정리합니다.
- 적용 법조: 통지서의 적용 법조를 확인하고, 행위 일시는 앞 절 기준으로 함께 대조합니다.
- 당시 상태에 관한 자료: 음주량, 귀가 경위, 메시지 기록, 주변 영상이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목록으로 정리합니다.
- 진료 기록: 사건 후 진료를 받았다면 진료 일시와 기관을 기록해 둡니다. 진료 기록은 삽입 여부 등 행위 내용을 판단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피의자 측은 피해자나 목격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습니다. 메시지와 통화 기록은 지우지 않고 그대로 보존합니다. 자료 정리는 어떤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 목록으로 적어 두는 데 그칩니다.
피해자 측은 진술 과정에서 '만졌다'와 '넣었다'를 구분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표현이 모호하면 수사 초기에 준강제추행으로 분류되었다가 이후 진술과 증거에 따라 준유사강간으로 바뀌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반대 방향의 변경도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면 죄명이 바뀌는 과정에서 진술 일관성이 다투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죄명이 변경되었다면 변경 시점과 그 근거가 된 진술·자료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붙은 죄명은 이후 절차에서 다시 정리될 수 있습니다. 기소 단계에서는 공소장에 적힌 죄명과 적용 법조가 기준이 되며, 재판 중 공소장 변경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의자 측은 준유사강간으로 기소되면 벌금형으로 사건을 마칠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형법 제62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집행유예를 허용합니다. 따라서 법정형 하한이 2년인 준유사강간도 구조상 집행유예 대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라면 집행유예를 할 수 없습니다. 실제 선고 여부는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당사자가 확인할 세 가지
확인할 세 가지는 앞에서 본 행위의 내용, 행위 일시, 통지서의 적용 법조이며, 피해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했다면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와의 결합 여부에 따라 법정형의 범위가 달라지므로 이 부분도 함께 확인합니다. 구체적 대응은 사건 기록을 검토한 법률 전문가와 상의합니다.